영성에세이

[죽은 이의 미소 5]

묘이장 작업 2편

 

요즈음은 예전보다 뜸 하지만 윤달은 썩은 달이라 하여 길, 흉 설이 많아 묘를 이장하거나 집안에 어르신이 있는 집은 수의(壽衣)를 준비해두는 이들이 많았다. 우리 연령회 임원들은 장례봉사뿐만 아니라 윤달이 들면 묘 이장을 위해 봉사하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그런데 장례봉사를 하는 것보다 묘를 이장할 때의 봉사가 더 힘이 들었다.

 

윤달이 든 더운 여름에 묘 이장을 부탁받고 유족이 안내하는 현장으로 나갔다. 나무 그늘 하나 없는 벌판에서 인부들이 땀을 흘리며 열심히 땅을 파고 있었는데 옷이 땀에 젖어 쥐어짜면 물이 한 대접은 나오게 생겼다. 우리는 땡볕에서 땅파기가 빨리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우리 옷도 땀에 젖어 쥐어짜게 생겼다.

 

드디어 땅속의 관이 드러나자 인부들은 조심스럽게 관을 꺼내 우리에게 넘겨주었다. 우리가 할 일은, 관을 개봉하여 이장준비를 해야 한다.

 

모기장을 쓰고 있는 시신

 

 

축축한 관 뚜껑을 열면서 관 속의 시신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우리는 매우 궁금했다. 뚜껑이 열리자 우리는 모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시신이 모기장을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신의 육신은 썩어 모두 육탈 되어 해골과 뼈만 남아있었는데 유골이 흐트러지지 않은 채 모기장 속에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이다. 모기장 속의 유골을 보고 요셉 회장이 못마땅한 듯이 한마디 했다.

 

“이래서 수의를 제대로 써야 하는데! 쯧, 쯧,” 하며 혀를 찼다.

 

중요한 점은, 매장할 故인은 100% 삼베로 지은 수의(壽衣)를 써야 한다는 것이다. 오리지날 삼베는 잘 썩는데 나이론으로 지은 수의는 원단이 썩지 않으므로 수십 년이 지나 도 시신을 덮어씌운 채 그대로 갇혀 있어 흉물스럽기 그지없고 또한, 합성 원단으로 지은 수의도 씨줄은 자연산이고 날줄은 합성인데 이것 역시 씨줄은 썩고 날줄은 그대로 있으니 모기장 형상은 마찬가지라고 했다.

 

수의를 선택할 때 유족들에게

 

“거금 들이지 말고 그 돈으로 고인 연미사 많이 드려주세요!”라는 말을 나도 삼가야겠구나! 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