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에세이

죽은 이의 미소 29 회

연명 치료

 

글:차 엘리사벳

 

 

현제는 우리 금호동성당은 주임신부님이나 수녀님만이 대세를 줄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지만 예전에는 위급한 환자가 대세를 요청하면 연령회 회장이 한밤중이건, 새벽이건 즉시 달려가 대세를 주곤 하였다. 그 당시에 있었던 일인데, 밤 12시가 넘은, 한밤중에 동네병원에서 연명치료 중인 위암환자의 가족이 대세를 요청하여 잠자다 말고 달려갔다.

환자를 만나기 전에 그의 가족이 환자의 인적사항에 대해 나에게 미리 설명해주었다.
매우 성격이 날카롭고 신경질을 많이 내고 의사나 간호원 에게도 짜증을 많이 내며 어느 누구의 말도 듣지 않으려한다고, 그러니 최선을 다해 잘 설득하여 꼭 대세를 주고 가라고 가족들이 간절히 부탁하였다.

환자는 40대 초반쯤 된 남자인데 산소호흡기와 비위 관을 꽂고 있었으며 오랜 투병으로 인해 비쩍 마른 편이며 매우 날카로운 인상을 하고 있었다.
나는 환자의 손을 잡고 그의 귀에 입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 대고 속삭이듯 말했다.
“무지하게 아픈 고통을 잘 참고 투병하시는 당신을 존경합니다. 우리를 내신, 우리의 진짜아버지이신 하느님이야기를 해드릴게요.”

합장한 나의 두 손 사이에 나의 맥박이 그에게 느껴질 정도로 환자의 손을 부여잡고 10여분 동안 대화를 하였는데, 환자는 비, 위관과 산소호흡기로 인해 말을 할 수가 없지만 반짝이는 눈빛으로, 어린이가 재미있는 동화이야기를 듣듯이 내말을 경청하면서 서서히 미소 지으며 입 꼬리가 올라갔다.
베드로라는 이름으로 대세를 주고 나서, 내가 아끼던 묵주를 그에게 선물로 주며
“어린애가 아플 때 엄마를 부르듯이 아플 때마다 예수님과 성모님을 부르고, 그동안 잘못 살아온 것이 있으면 용서를 비세요.”라고 말해주었다.

 

 

 

대세를 받은 이후부터 베드로는 성격이 180도로 바뀌어 가족들이 놀랐으며 베드로는 잠시도 묵주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고 한다.
베드로의 성격이 변하자 오랜만에 베드로의 행복한 미소를 볼 수가 있어 가족들은 마음을 편히 지낼 수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부터 베드로는 비위 관과 산소 호흡기를 스스로 빼곤 하여 가족들과 간호사를 놀라게 하더니만 결국 어느 날 새벽에, 스스로 연명치료기를 빼고, 묵주를 감은 손을 가슴에 얹고 세상을 떠났다.

세상을 떠난 베드로는 생전의 모습보다 사후의 모습이 더 보기 좋았는데, 마치 살아있는 사람이 눈을 감고 행복한 꿈을 꾸며 미소 짓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의 부인은 혼인할 때보다 사후의 모습이 더 낫다고 하며 신기하다고 했는데, 아마도 베드로는 구원을 받아 천국으로 갔는가보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