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이의 미소 37회

빙 판        

글 : 차 엘리사벳

2월 초인데도 날씨가 풀리지 않고 기온이 떨어져 밤사이에 내려 쌓인 눈이 꽁꽁 얼어 모든 도로가 온통 빙판이 되어 차들이 제 속력을 못 내 거북이 걸음이었고 고인(故人)과 우리를 태운 장의차가 한나절이 다 되어 묘지근처까지 왔는데 묘지로 가는 도로가 윤이 날 정도로 반질반질한 빙판이 되어있었다.

 운전기사가 버스에서 내려 도로를 확인하고 돌아와서 하는 말이,

“아! 이를 어쩌나? 길이 너무 빙판이라 버스가 못갈 것 같은데 어떻게 한담!”
목적지까지 1킬로미터가 넘는 거리에서 못갈 것 같다는 기사의 말을 들고

“그러면 우리가 내려서 걸어갈 테니 고인(故人)만이라도 묘지까지 버스로 모시고 가면 어떨까요?”
라고 하며 사람들이 하나 둘 버스에서 내리기 시작하자 버스기사가 만류하며

“사람들이 모두 내리면 더욱 버스가 못 갑니다. 빙판은 차가 가벼울수록 위험하고 무거울수록 안전하니 차에 오르세요.”

라고 하자 사람들이 불안한 마음으로 버스에 다시 오르기 시작하였다. 도로 옆은 벼랑이라, 장례를 치르는 고인보다 산 사람의 목숨이 달린 위험한 상태를 파악하고 나는 하느님께 기도하였는데, 고인을 위해 연도할 때보다 열배, 아니 백배도 더 진솔한 기도를 한 것 같아 고인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묘지에 도착해보니 묘 자리가 땅속 깊숙이 얼어서 일꾼들이 새벽부터 파기 시작하였다는데도 절반도 못 팠다. 땅을 파는 동안 너무도 추워서 나는 사시나무 떨리듯 떨면서 기다려야 했는데 얼마나 떨리던지, 관 뚜껑이 열려있다면 들어가고 싶을 정도였고 혀가 물린 정도로 아래 웃니(치아)부딪히는, ‘딱’ ‘딱’ 소리가 주위사람들에게까지 들리게 되자 나는 창피하여 종이조각을 접어 입에 물고 있었다.

요즘에는 기계가 발전하여 삽시간에 땅을 팔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인력으로 땅을 팠기 때문에 땅이 얼거나 돌이 묻혀있으면 인부들은 매우 힘들게 땅을 파야했다.

땅거미가 내릴 무렵에야 하관을 하게 되자 추위에 떨며 기다린 나의 몸은 고인(故人)보다 더 찰 것 같은 느낌이었고 목소리도 얼었는지 기도하는 음성도 내목소리가 아닌 것 같이 들렸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