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에세이

죽은이의 미소 21회

故人의 미소7편 

 

 

마리아할머니는 젊었을 때 활동도 많이 하고 성체조배도 많이 하시던 분이었는데 90세가 넘자 치매가 생겨 가족들을 황당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다행히 못된 치매가 아니라 예쁜 치매가 와서 가족들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앞집에 사는 고로나 할머니는 마리아 할머니보다 나이가 10살이나 적은데도 못된 치매가 와서 가족들이 무척 고생을 하였다. 고로나할머니는 잠잘 때만 조용하고 깨어있는 동안에는 진종일 가족들에게 듣기에 민망할 정도로 큰 소리로 상서로운 욕을 막 퍼부으면서 폭력을 쓰기도 하고 용변을 보고나서는 대변으로 이불이나 방벽에 온통 발라 놓았다.
반찬이 입에 맞지 않는다고, 밥상을 엎어버리고, 옆집에까지 들릴 정도로 욕설을 하여 이웃에 까지 피해를 주었다.

예쁜 치매가 온, 마리아 할머니는 진종일 손에서 묵주를 놓지 않았으며 기도하는 모습을 옆에서 며느리가 보노라면 웃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왜냐하면 입술이 들석들석 하기는 하는데 손에서 묵주 알 넘어가는 속도가 스님이 염주 알 넘기는 것 보다 더 빨리 넘어가는데 옆에서 지켜보면 1분에 다섯 바퀴도 더 돌아간다고 한다. 밥을 먹을 때도 밥상 앞에 앉으면 가족들이 기도를 했는데도 또 하라고 독촉을 하여 어느 때는 십자성호를 세 번이나 긋는다고 한다.

 

 

한 달에 한번 씩 봉성체를 하는데 신부님이 오실 때마다 마리아 할머니는 신부님에게 강복을 드린다며 흰 목도리를 영대삼아 목에 걸고 신부님에게 강복도 주고 옆에 계신 수녀님에게도 강복을 주면 신부님과 수녀님이 웃으시며 강복을 받는 흉내도 내신단다. 봉성체 하는 날은 종일, 온 식구들에게도 강복을 주고, 묵주알도 쉴 사이 없이 굴리며 잠잘 때만 손이 멈춘다고 한다.

화창한 봄날, 나는 오랜만에 가족들과 야외에 나가기 위해 새벽부터 김밥을 10줄이나 싸서 대문을 나서려는데 마리아 할머니가 위급하다는 연락이 왔다. 남편의 눈치를 살펴보는 내 모습을 보고 남편은
“뭘 눈치를 봐! 내가 안 된다고 해도 달려갈 사람이…! 어서 빨리 가봐!”
나는 가족들에게 미안했지만 허다하게 있었던 일이라 망설이지 않고 단숨에 달려가 보니 마리아 할머니는 내가 도착하기직전, 운명을 하셨다. 마리아 할머니의 임종을 돌봐드리지 못하여 죄스러운 마음 금할 수 없었으나 돌아가신 할머니의 모습을 보고 나는 마음을 안정할 수가 있었다.

죽은 사람의 얼굴이 어떻게 저렇게 고을수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리아 할머니는 화사하고 미소가 담긴 평안한 모습을 지니고 있었는데 그 모습은 생전의 모습보다 더 곱고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나는 마리아 할머니의 사(死)후 모습을 보고 나도 마리아 할머니처럼 내 사후의 모습도 저렇게 평화스럽고 고운 모습으로 죽게 해달라고 기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도 만일 치매가 온다면 마리아 할머니처럼 예쁜 치매가 와야지 못된 치매가 오면 안 되겠기에 나도 기도를 많이 해야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