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에세이

죽은 이의 미소 22회

망인(亡人)의 자세

 

 

아이 셋(여아 6세. 5세. 4세)을 키우는 30대의 젊은 엄마, 세실리아는 연년생의 딸아이 셋을 키우기도 바쁘고 힘들 텐데! 병석에 누어계신 시어머니까지 병수발을 하고 있었다. 세실리아의 시어머니는 오랜 기간을 투병하며 지내온 중증환자였다. 그런데 갑자기 곡기까지 끊고 물 한모금도 못 넘기신다며 온 식구들이 비상이 걸려 자리를 비우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 봉사자들도 환자를 자주 방문하여 상태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 환자는 언제나 다리를 90도 각도로 구부린 채 옆으로만 누어있었다.
“한가지자세로만 오랫동안 누어있으면 등의 근육이 한쪽으로 쏠려서 꼽추가 되고 다리는 구부러진 채 굳어져서 펴지지가 않을 것이니, 몸의 자세를 자주 바꾸어 줘야합니다.” 라고 세실리아에게 일러주었다.
“우리 어머니는 우리가 여러 차례 바르게 눕혀드렸지만 옆으로 누운 자세가 몸이 제일 편안하시다고 언제나 저자세로만 누어계십니다.”

 

곡기를 끊은 지 보름 만에 세실리아의 어머니는 다리를 구부린 자세로 가족들과 우리가 지켜보는 가운데서 운명을 하였다.
우리는 수시를 하기 전에 우선적으로 굽어진 다리를 펴서 정상적인 자세로 만들어야했다. 고인이 몸이 심하게 굽어졌어도 숨이 끊어진 즉시 20분~30분 안에만 펴주면 정상적인 자세로 돌아올 수가 있으나, 그 시간이 지나면 완전히 굳어지기 때문에 펼 수가 없고 강제로 펴면 뼈가 부러지게 된다.
어느 상조회에서 유가족들이 보는 가운데서 염, 습을 하고 있었는데 고인의 다리가 심하게 굽은 것을 보고 다리를 강제로 펴다가 “뚝” 하고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주위 사람들에게까지 크게 들리게 되자 모두들 당황하였고 그 상조회는 불평을 많이 받은 일도 있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