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이의 미소 31회
인사불성
글:차엘리사벳
60대의 남자(베드로)가 갑자기 쓰러져 중환자실에서 한 달이 넘도록 의식이 돌아오지 않아 가족들과 한마디 대화도 없이 지내오던 중, 의사가 갑자기 환자의 임종이 다가왔음을 알려주어, 나도 서둘러 병원으로 달려갔다.
환자가 뇌사이기 때문에 전혀 의식이 없다고 하였으나 나는 그래도 환자가 의식이 있건, 없건, 아랑곳없이 내가 할 의무를 다하기 위해 의식이 없다는 환자의 귀에 대고 속삭이듯 말했다.
“베드로 형제님은 지금 이 순간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므로 소리 내어 입으로 말을 할 수가 없어도 마음으로는 말을 할 수가 있으니 하느님께 잘못한 것이 있으면 용서를 빌고, 또한 가족들이나 사람들에게도 잘못한 일들이 생각나면 회개하고 또 그들의 잘못도 모두 용서하여주고 화해를 하십시오.”
라고 하자, 의식이 없다던 환자의 눈에서 갑자기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리는 것이었다. 가족들이 그 모습을 보자 환자의 손을 잡고
“여보 나도 잘못한 것이 많아 미안해요.”
“아빠, 죄송해요. 용서해주세요!”
눈물을 흘리는 환자를 보고 가족들이 모두 화해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감동하여 눈물이 쉴 사이 없이 스며 나왔다.
하느님께서 인사불성이라 해도 운명 직전, 회개하도록 오관을 열어주신 것이라고 본다.
-다음호에 계속-